듀오가 만든 웨딩컨설팅 듀오웨드

세상에 백발의 여성을 좋아하는 남자가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금발을, 빨강머리를, 초록머리를 좋아하는 남자는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그런 남자가 반드시 어디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내가 바로 그런 남자니까. 아내는 백발이다. 머리카락 전체가 온통 새하얗다. 아내가 매번 염색을 하는 바람에 한 번도 전모를 보지 못했지만, 나는 상상할 수 있다. 백발 미녀 아내를.
흰머리가 더 멋지다고 말해도 아내는 믿지 않는다. 아내는 흰머리에 매료된 남편의 진심을 모른다. 오히려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한다. 설령 남편의 진심을 안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다. 중요한 것은 남편의 생각이 아니라 아내 자신의 생각이다. 남편이 좋아하면 뭐 하나 자신이 싫은 것을.
아내는 염색을 한다. 염색해도 얼마 안 지나 흰머리가 머리 뿌리에서부터 하얗게 올라온다. 그러니 자주 염색을 한다. 흰 머리카락을 검게 바꾸자면 염색약이 머리카락에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야 할 텐데. 염색약이 두피에 닿으면 따가울 텐데. 염색한 아내의 새까만 머리를 보는 남편의 마음은 불편하다.
하루는 집에 오니 아내가 염색을 하고 있다. 큰 거울을 앞에다 세워두고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았다. 신문지를 목에 두르고 그 위에 보자기도 둘렀으니 모양새는 제대로 갖춘 셈이다. 아내의 그런 모습을 보니 남편은 마치 염색약을 뒤집어 쓴 기분이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보면 몰라? 염색하잖아.” “누가 그걸 몰라서 물어. 염색을 왜 집에서 해?” “소리는 왜 지르고 그래. 그러지 말고 와서 이거나 좀 잡아봐.”
남편은 일회용 장갑을 끼고 빗을 잡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해보지만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원래 일이란 게 그렇다. 옆에서 볼 때는 쉽고 간단한 일 같지만 막상 자기가 해보면 비로소 알게 된다. 세상에 만만한 일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 것이다. 비전문가 남편이 망쳐놓은 일을 전문가 아내가 마무리한다. 앞쪽 머리의 한 부분만 남겨놓고.
“이건 왜 남겨?” “수전머리야.” “수전머리라니?” “수전 손택 말야. ‘해석에 반대한다’를 쓴 수전 손택.”
‘수전머리’든 말든 아무튼 나는 염색에 반대한다. 남편이 반대하든 말든 아내는 염색을 한다. 사람들은 아내의 앞머리에 남겨둔 흰머리, 그 ‘수전머리’를 보고 이렇게 말한다. “새치가 참 멋스럽게 났네요.” 그러면 남편은 참지 못하고 아는 체를 한다. “그게 새치가 아니거든요. ‘수전머리’라고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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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 - 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대한민국 유부남헌장』과 『남편생태보고서』책을 썼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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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아내의 새치> 2009년 7월 2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