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오가 만든 웨딩컨설팅 듀오웨드

“속살이 검으면 남편 복 있다”는 말도 다 거짓말이다. 남편 복 없는 아내는 속살만 검다. 얼굴은 눈처럼 하얀데. 그렇게 타고났으니 남편 복은 없어도 피부 복은 있는 셈이다. 남편은 아내의 하얀 얼굴보다 검은 속살을 더 좋아한다. 그러나 아내의 관심은 얼굴 피부에 있다. 속살거리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며 아내는 한숨을 쉰다. 다 남편을 잘못 만나서 자기 얼굴이 이렇게 상했다는 것이다. 이게 모두 고현정 때문이다.
한번은 회사 동료를 인터뷰한 적이 있는데 50대 여성인 그는 도저히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맑고 깨끗한 피부를 갖고 있었다. 비결을 물었더니 날마다 얼굴에 꿀을 바른다는 것이다. 유월에 나오는 햇마늘을 얇게 썰어서 꿀에다 넣고 20일쯤 지난 후에 그 꿀을 얼굴에 바른다고 한다. 10년 넘게 매일 그렇게 했다면서 그는 고현정처럼 웃었다.
나는 지나가는 말로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한다. 남편은 생각만 하는 사람이지만 아내는 행동하는 사람이다. 아내는 유월이 되자마자 햇마늘을 사와서 꿀에다 담근다. 20일째 되는 날 아내는 정성껏 세안을 하고 드디어 꿀을 얼굴에 바른다. 살짝 민망했는지 쳐다보는 남편에게 한마디 한다.
“뭘 봐요? 당신도 바르게?” “에이, 남자가 무슨.”
원래 비결이란 단순하다. 문제는 단순한 것을 매일 실천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서 단순한 것이 비결이 되는 것 아닐까.
아내는 날마다 비결을 실천한다. 아내는 밖에 나갔다가 집에 돌아오면 세안을 한 후 마늘 담근 꿀을 얼굴에 바른다. 그걸 바른 채 집안일을 하고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신다. 아내는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않는다. 불편한 쪽은 남편이다. 가령 술 마시고 늦게 들어간 날, 성난 아내의 얼굴에서 흐르는 꿀을 볼 때 남편은 편안하기 힘들다.
남편이 불편하든 말든 아내의 피부는 점점 맑아진다. 아내는 햇볕에 얼굴을 노출할 일이 많고 수면도 불규칙한데 피부는 더 투명하고 생생해진다. 고현정 같은 피부다.
아내가 외출한 일요일 오후. 남편은 마늘 담근 꿀을 바라본다. 남자라고 자신의 피부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거울 볼 때마다 부쩍 늘어난 주름과 기미 때문에 얼굴 팩이라도 해야 하나 생각한 게 벌써 오래전이다. 다만 생각만 한 것이다. 아마 마늘 성분이 모공 속 나쁜 것을 없애줄 거야, 피부에 영양은 꿀이 공급해 줄 거고.
남편은 얼굴에 꿀을 바른다. 그때 아내가 집에 들어온다. “당신 뭐해요? 마늘까지 얼굴에 바르면 어떡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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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득 - 부부의 일상을 소재로 『대한민국 유부남헌장』과 『남편생태보고서』책을 썼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에서 기획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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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SUNDAY <아내의 피부> 2009년 7월 12일